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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이 따뜻했으면 좋겠습니다 - 마을기본법, 부산에서 시행령을 이야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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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이 따뜻했으면 좋겠습니다"

-마을기본법, 부산에서 시행령을 이야기하다

2026 7회 지역혁신 분권자치 거버넌스대회 마을만들기 세션 현장 참가기

| 권상동 (마을만들기전국네트워크 운영위원장 겸 공동대표)


들어가며 - 왜 우리는 부산에 모였나

지난 710일과 11, 부산 부경대학교 대연동 캠퍼스에서 제7회 지역혁신 분권자치 거버넌스대회가 열렸습니다. 이틀째인 11일 오전, 마을만들기전국네트워크는 "마을기본법 제정이후 환경변화 사전대응방향 모색"이라는 이름으로 세션 하나를 열었습니다.

"마을기본법"이라는 이름, 아직 낯선 분들이 많으실 겁니다. 정식 명칭은 마을공동체 활성화 기본법입니다. 20252월 박정현 국회의원이 대표발의했고, 지금은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 계류 중입니다. 아직 통과되지 않은 법이라, 우리 삶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잘 와닿지 않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런데 왜 법이 통과되지도 않았는데 "시행령" 이야기를 벌써 하느냐고 물으실 수 있습니다. 이유는 이렇습니다. 법은 큰 틀만 정합니다. 그 틀 안의 실제 내용 -마을활동가는 어떻게 등록하는지, 지원은 어떤 기준으로 하는지, 위원회는 누구로 구성하는지 -은 시행령(대통령령)과 지자체 조례가 채웁니다. 법 문구만 봐서는 이 법이 우리 삶을 어떻게 바꿀지 알 수 없고, 시행령까지 봐야 비로소 "이게 우리에게 무슨 의미인지"가 보입니다. 그래서 법 제정을 촉구하는 것 못지않게, 지금 이 순간 시행령 내용을 놓고 현장의 목소리를 미리 담아두는 일이 중요합니다. 법이 만들어지고 난 뒤에는 이미 늦기 때문입니다.

이날 세션은 행정안전부의 의뢰를 받아 시행령 초안을 연구해 온 한국지방행정연구원의 발제와, 전국 각지에서 마을 현장을 지켜온 여덟 분의 토론으로 기획되었습니다. 결과적으로는 사정상 여섯 분의 토론자와 함께하게 되었지만, 그 자체로도 이 법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삶과 얽혀 있는지를 보여주는 하루였습니다.

뜻밖의 빈자리들 -그래도 우리는 계속합니다

세션을 열자마자 저는 참석자분들께 양해를 구해야 했습니다. 원래 함께하기로 했던 세 분이 자리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전대욱 박사(한국지방행정연구원)가 갑작스러운 병환으로 입원해 발제 전체를 선소원 부연구위원 혼자 맡아주셨습니다.

노승복 센터장(청양군 마을공동체지원센터)은 전날 밤 갑자기 응급실로 실려가 수술을 받아야 했습니다. 참석은 못 하셨지만, 미리 보내주신 토론문으로 농촌 현장의 목소리는 온전히 전달할 수 있었습니다.

전민영 사무관(행정안전부)은 세션을 불과 며칠 앞두고 다른 부서로 인사발령이 나면서, 후임자가 아직 업무 파악이 안 된 상태라 참석하지 못했습니다.

세 분 모두 이 법의 중요한 축 -연구, 농촌 현장, 정부 -을 대표하는 분들이었기에, 자리가 빈 채로 논의가 진행된다는 게 못내 아쉬웠습니다. 특히 정부 쪽 설명을 직접 듣고 "왜 이 조항을 지웠습니까"라고 되물을 기회가 이번엔 사라진 셈입니다. 다만 이 공백은 이날 하루의 우연한 사정만은 아닙니다. 정권 교체기, 부처 담당자 교체기마다 이런 식으로 정책의 연속성이 흔들리는 일이 반복되어 왔다는 것 자체가, 이 법이 왜 필요한지를 역설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기도 했습니다. 원래 청년센터 출장으로 빠지게 된 손재현 센터장님 자리는 강구민 대표님이 대신 채워주셨습니다.

빈자리에도 불구하고, 여섯 분의 토론자와 팔십여 명의 참가자들은 두 시간 반 넘게 자리를 지켰습니다. 그 열기를 지금부터 전해드리겠습니다.

기조발제 - 시행령, 24개 조문에 담긴 이야기

발제를 맡은 선소원 부연구위원은 담담하게 이야기를 시작했습니다. "이 자리에 계신 분들은 현장도 잘 아시고 제도도 잘 아시는 분들이어서, 왜 마을공동체가 필요한가보다는 법률이 시행령에 무엇을 위임했고 우리가 그것을 어떻게 채웠는지, 어디에 쟁점이 남았는지를 중심으로 말씀드리겠습니다"라며 발제의 결을 잡았습니다.

시행령을 왜 지금 서둘러야 하는지, 그 이유로 네 가지를 짚었습니다.

1. 정책의 일관성 확보

- "지금 현재 정책을 살펴보면 엄청 지속적이지 않고 산발적으로 운영되고 있음을 파악할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법적 기반을 마련해서 일관성과 안정성, 정합성을 갖춘 법적 기반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보았습니다."

2. 자생적 공동체를 통한 지역 문제 해결

- 도시화와 지방소멸이라는 구조적 문제 속에서, 주민 관계망의 회복과 공동체 역량이라는 내생적 대응을 제도적으로 뒷받침하고자 연구를 시작했다는 것입니다.

3. 햇빛소득마을 모델의 확산

- 마을이 에너지 같은 자산으로 수익을 내고 이익을 지역에 환원하는 모델이 전국으로 퍼지려면, 법인을 포함하는 마을공동체조직이라는 권리 주체와 국공유재산 특례 같은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4. 활동가에 대한 제도적 보호

- "제가 여러 지역을 다녀봤는데, 활동가가 제도적으로 보호받지 못하고 있는 부분을 많이 볼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이번 시행령과 법안을 통해서 활동가의 역할과 능력을 향상시키고, 그들을 제도적으로 보호하는 장치를 설치하였습니다."

도출 전략도 두 가지로 짚었습니다. 하나는 소지역의 공간 단위, 법인의 형태, 활동가 등록 기준처럼 지자체마다 기준이 다르면 제도 전체가 흔들리는 부분은 국가 차원에서 통일된 가이드라인으로 잡는다는 것. 다른 하나는 완전히 새로운 규정을 만들기보다 도시재생법·협동조합기본법·사회적기업육성법 등 기존 유사 법령의 하위 규정을 준용해 법적 안정성을 유지하고, 기존 법인들이 마을공동체조직으로 자연스럽게 진입할 수 있는 경로를 열어준다는 것입니다.

발표중 일부 조문에 대한 설명은 토론자들의 문제제기와 정확히 맞물려 있어 따로 소개 합니다.

'소지역'을 왜 이렇게 쪼갰나

- "동 단위는 마을공동체의 공간으로 너무 크고, 인구 수만 명의 행정동에서는 일상적인 교류와 유대가 형성되기 힘들다고 봤습니다." 그래서 도시의 공동주택지역은 주택법상 주택단지 단위로, "아파트 단지는 놀이터·경로당 같은 공동이용시설이 실제로 공유·관리되는 단위이기 때문에" 선택했고, 주택단지가 없는 구도심은 도시재생법의 '근린주구' 개념을, 농촌은 지방자치법상 자연촌락 단위인 '()'를 기준으로 삼았습니다. "리 단위가 너무 작지 않느냐는 전문가 의견이 있어서, 조례로 복수의 리를 묶을 수 있게 유연성을 열어두었습니다."

'주민'의 범위를 얼마나 넓힐 것인가

- 주민등록 거주자로 한정하지 않고 인구감소지역법의 '생활인구' 개념을 빌려와 직장인·재학생·1년 이상 체류자까지 포함했습니다. 다만 "생활인구법 시행령은 월 1회 방문자까지 넓게 잡았는데, 저희 연구진은 1회 방문으로는 유대관계가 생기지 않는다고 판단해 1년 이상 체류로 문턱을 높였습니다." 신안군처럼 토지·건물 소유자까지 포함하는 지역 사례도 있어, 관계인구를 어디까지 품을지는 지역의 자율성에 맡겼다고 설명했습니다.

'법인'이 아니라 '조직'이라 불렀나

- 곽현지 본부장이 강하게 문제 삼았던 '마을공동체조직'이라는 명칭에 대해, 발제자는 이렇게 해명했습니다. "이 부분도 자문회의에서 의견이 분분했습니다. 사실상 법인에 대한 이야기인데 왜 조직이라고 했지, 하는 의문이 들 만합니다. 다만 법안 자체에 이미 '조직'이라는 용어가 들어가 있고, 저희는 시행령이기 때문에 상위법의 용어를 바꿀 수는 없어서 그대로 따랐습니다." 즉 명칭의 후퇴는 시행령 단계의 임의적 결정이 아니라 법률 문구 자체에서 비롯된 제약이라는 것인데, 이 부분은 법 개정 논의에서 다시 짚어야 할 지점으로 보입니다.

benefit lock 비율, 아직 빈칸입니다

- 자산 처분 시 동의 비율과 이익 적립 비율을 규정한 제4를 두고, 발제자는 현장에 직접 물었습니다. "제가 이 숫자를 'O분의 O'로 비워뒀습니다. 다른 법령을 보면 3분의 2 이상이라고 하는데, 그렇게 하는 게 옳을지 현장 여러분께 여쭤보고 싶습니다." 아직 확정되지 않은 채 열려 있는 조항이라는 뜻입니다.

지역위원회 민간 50%, 왜 그 숫자인가

-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싶어서 50% 이상으로 잡았고, 이미 여러 자치단체가 조례로 이 비율을 쓰고 있는 걸 확인했습니다. 민관협치의 최소선을 전국 공통으로 강제한 것입니다." (다만 곽현지 본부장은 이 비율보다 '누가 그 50%로 선정되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반박했습니다. 뒤에서 다시 소개합니다.)

우수사례 관리를 종합정보시스템에 넣은 이유

- "현장 실사에서 활동가분들이 우수 사례를 알고 서로 교류하고 싶다고 말씀하셨어요. 그래서 법 조항에 넣으면 그게 더 활발히 이루어지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발제자는 시행령 전체를 세 가지 원칙으로 정리했습니다. "첫째, 소지역·주민·법인이라는 핵심 개념은 전국 통일 기준으로 명확히 하되 조례로 지역 자율성을 열어두었습니다. 둘째, 지역위원회 민간 50%, 중앙위원회의 민관 균형처럼 협치의 최소선을 규범으로 강제했습니다. 셋째, 수의계약 특례와 재단의 원칙적 인가처럼 지원의 문을 여는 만큼, 이익 공유 의무와 회계 분리, 지도·감독으로 공공성의 안전장치를 함께 걸었습니다. 아직 입법이 통과되지 않았지만, 미리 준비하는 차원에서 나름 열심히 만들었습니다. 현장의 감각으로 의견을 주시면 감사히 듣겠습니다."

발제 말미, 선소원 부연구위원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저는 이 연구를 시작할 때 사업성보다는 주민, 활동가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지금까지 활동가에 대한 보장이 많이 없었기 때문에, 이 법을 통해 그분들을 지켜드리고 싶은 마음이 있었습니다." 이 한마디는, 뒤이은 토론에서 활동가들이 쏟아낸 이야기들과 정확히 맞닿아 있었습니다.

여섯 목소리 - 지원, 청년, 농촌, 도시, 그리고 현장

좌장으로서 토론을 진행하며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여섯 분의 이야기가 서로 다른 자리에서 출발했지만 결국 같은 지점으로 모였다는 사실입니다. "마을을 지원의 대상이 아니라 권리의 주체로 세워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곽현지 (경기도마을공동체지원센터 본부장) - "우리가 올린 법안, 관료의 손을 거치며 조금씩 후퇴하고 있습니다"

곽현지 본부장은 이 법의 태생부터 짚었습니다. 이 법안의 초안 자체가 경기도 센터가 3년 전 꾸린 법률 TF(권상동 대표, 전대욱 박사, 국민대 하연성 교수, 서강대 서복경교수 등이 참여)에서 시작되었고, "저희가 올린 법안이 한 글자도 수정되지 않고 국회 심의를 거쳐 그대로 발의된 것이 작년 일"이라는 사실을 먼저 전했습니다. 하지만 발의 이후 행정안전부에 담당 부서가 생기면서, "관료분들께서 애초 취지와는 좀 다르게, 빨리 통과시키기 위한 여러 조항을 손보셨고 그에 맞춰 시행령도 조정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날 토론의 상당 부분을 곽현지 본부장은 시행령 조문 하나하나를 짚는 데 썼습니다.

4(마을공동체조직의 범위)

- "마을회는 마을을 대표하지만 법인격이 없어 사업이나 등기의 주체로 나서지 못합니다. 반대로 협동조합은 사업의 주체가 될 수는 있지만 마을 전체를 대표할 수는 없습니다." 이른바 '이중 공백'입니다. 햇빛소득마을 사업을 실제로 해보면, 마을회는 이미 존재하는데 사업을 하려면 또 별도의 실행법인(협동조합 등)을 만들어야 하는 상황이 반복된다는 것입니다. "반송동 희망마을이 이미 있음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협동조합을 만들어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시행령에서 이 부분을 정확히 정리해줘야 합니다." 그런데 정작 논의 과정에서 행정안전부 관료들이 '마을공동체법인'이라는 명칭 자체를 폐기하고 '마을공동체조직'으로 되돌리려 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그렇게 되면 현장의 혼란은 계속될 것"이라고 우려했습니다. (참고로 발제자는 이 명칭이 시행령 단계의 임의적 선택이 아니라, 법안 원문에 이미 '조직'이라는 표현이 들어가 있어 하위 규범인 시행령에서 용어를 바꿀 수 없었던 결과라고 설명했습니다. 즉 명칭 문제의 뿌리는 법 개정 논의로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하는 셈입니다.)

5(마을공동체계획 지원)

- 마을 사업을 누가 하느냐는 정의, 그리고 그 계획이 상향식으로 지방자치와 연결되는 고리가 이 조항의 핵심인데, 법인에 대한 사조가 명확하지 않으면 다섯 명이 모여 뜨개질하는 소모임까지 '계획을 세우는 마을공동체'로 뭉뚱그려지는 혼란이 생긴다고 짚었습니다.

7(지역위원회)

- "10명 내외 인원 기준과 50% 전문가 구성은 너무 협소합니다. 경기도만 해도 시군구가 31개인데, 1명씩만 와도 31명입니다." 그러면서 "50%를 전문가로 채우라는 규정보다 더 중요한 건 그 전문가를 '누가 선정하느냐'인데, 결국 행정이 이미 정해놓은 경우가 많다"고 꼬집었습니다.

9(중앙위원회)

- "위원장을 관료(행안부 차관)로 하도록 되어 있는데, 이건 문제가 있습니다. 밑에서 올라온 목소리가 최종 결정에 반영되려면 민간위원과의 공동위원장 체계가 되어야 합니다. 위원회가 있다는 사실 자체보다, 몇 번 개최해야 하는지, 무엇을 심의·결정할 수 있는지를 시행령에서 구체화하는 게 더 중요합니다."

11(중앙지원기관 지정)

- 원래는 정부가 기관을 '설치'한다고 제안했는데, 관료 검토 과정에서 '지정'한다로 바뀌었고, 게다가 민법32조에 따른 비영리법인으로만 자격을 한정해버렸습니다. "그러면 우리나라 재단·사단 중에 마을 중앙지원기관으로 활동할 수 있는 게 뭐가 있습니까? 비영리민간단체지원법에 의한 법인들이 오히려 마을을 지원할 노하우와 실력을 훨씬 더 갖추고 있는데 말입니다."

15(전문인력 등록사항)

- 소속·전문분야·학력처럼 항목을 못박기보다, "마을이나 단체에서 필요하다는 것을 추가로 올릴 수 있다"는 식의 열린 조항이 필요하다고 제안했습니다. 경기도가 운영하는 활동가 등록풀에서도 "무엇을 기재하게 할 것인가"3년 내내 논쟁거리였다고 전했습니다.

16(자원봉사 인정 활동)

- 재난 대응이 빠져 있다는 점을 지적하며, "마을 활동가들은 실제로 코로나 시기나 지역 재난 상황에서 위기 대응 활동을 해왔는데, 그게 자원봉사 활동으로 인정되지 않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주민자치회 표준조례와의 충돌

- 가장 시급한 문제로 꼽은 대목입니다. "지방자치법 개정으로 주민자치회가 법제화되면서 행안부가 표준 참고조례를 전국에 뿌렸고, 올해 9~10월 안에 모든 시군구가 주민자치 조례를 만들어야 합니다. 그런데 그 조례 안에는 주민자치회가 마을공동체 사무를 직접 관장할 수 있도록 되어 있어요. 우리 시행령은 이 부분을 전혀 언급하지 않고 있습니다." 반송동 희망마을과 주민자치회가 "상호 보완이 아니라 경쟁 관계가 될 것"이라며, 한정된 자원을 놓고 다투는 일이 10월부터 실제로 벌어질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노승복 (청양군 마을공동체지원센터장) - "정작 '마을'의 정의가 없습니다" (서면 대독)

노승복 센터장은 참석하지 못했지만, 토론문으로 전한 메시지는 이날 가장 근본적인 질문 중 하나였습니다. "법의 이름은 '마을공동체'인데, 정작 '마을'에 대한 정의는 없고 '소지역'이라는 공간 개념만 있습니다." 농촌에는 이미 마을규약, 마을총회, 마을회관, 공동재산, 마을기금을 갖춘 행정리 마을이라는 생활공동체가 존재하는데, 시행령은 이 오랜 역사성을 충분히 담아내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었습니다. 청양군 조례가 마을을 "행정리를 기본으로 하고 필요에 따라 권역·읍면 단위까지 포함"한다고 정의하고 있는 사례를 참고 삼아 제시하기도 했습니다. 행정리 마을과 읍면 주민자치회를 잇는 상향식 자치체계가 없다면, 이 법이 결국 행정안전부의 개별 사업(햇빛소득마을 등) 지원 근거법에 머물 수 있다는 우려도 함께 남겼습니다.

강구민 (사회적협동조합 도시사람콘텐츠랩 이사장) - "청년이 마을에 대한 감각을 잃고 있습니다"

강구민 대표는 경북 영천에서 도시재생센터 현장센터장을 지내고 지금은 포항 어촌신활력증진사업단, 청년센터 운영까지 겸하고 있는 이력을 소개하며 말문을 열었습니다. "경북은 결속형 사회자본이 매우 높으면서도, 행정과 정치인들은 이런 활동과 굉장히 괴리된 삶을 살고 있는 지역입니다." 그러면서 이 법을 "최후 보루법"이라 불렀습니다. "마을, 특히 경북 같은 지역에서 이 법과 시행령이 만드는 행정적 기반이 갖춰진다면, 우리나라 인구 집중·인구 감소 문제 해결에 조금 더 가깝게 나아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매우 어려운 과제이기도 합니다."

그가 짚은 것은 다섯 가지 조항이었습니다. 7·9(위원회 구성)에는 청년·미래세대의 참여를 못박아 넣지 않으면 "저희 같은 지역에서는 청년이 한 명도 참여를 못 할 수 있다"는 것, 12·13·14(지원·역량강화·전문인력)에는 마을활동가의 직업적 정의와 등록 절차가 함께 마련되어야 한다는 것(문화기획자라는 직업조차 아직 정의되지 않아 청년들이 진입하기 어렵다는 자신의 경험을 예로 들었습니다), 도시재생·사회연대경제·주민자치·청년·지역문화로 흩어진 공동체 사업구조의 통합이 이 법의 취지에 맞는다는 것, 문화예술적 자원조사에 기반한 숙의구조가 구체화되어야 한다는 것, 그리고 평가지표가 자꾸 바뀌어 현장에 혼선을 주는 일이 반복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는 '마을공동체영향조사'라는 환류 중심의 성과평가 체계를 시범적으로 도입해보자고 제안하며, 마지막으로 웃으며 덧붙였습니다. "공무원들이 교육을 먼저 받는 것을 꼭 한 켠에 넣어 주십시오."

노재희 (전라남도 마을활동가네트워크 대표) - "저는 마을에서 홍반장 같은 일을 하는 사람입니다"

노재희 대표의 발언은 이날 가장 삶에 밀착한 이야기였습니다. 그는 10년 전 고향인 전남 영광으로 돌아온 '리턴 청년'입니다. "고향에 돌아왔더니 어릴 적 30분 넘게 계시던 어르신들이 여섯 분만 남아 계셨어요. 서해안고속도로가 뚫린다고 20년 전 투기꾼들이 사간 땅이 다시 조금씩 나오길래, 누군가는 고향을 지키고 싶어서 땅을 좀 사들였는데, 그게 화근이 되어 지자체에서 '청년마을 한번 해봐라' 하더군요." 그렇게 제조업도, 식품도, 미디어도 손대다 보니 마을 어르신들이 그를 "잡_놈"이라 부르게 됐다며 웃었습니다. "좋은 의미입니다." 스스로를 "인간 플랫폼"이라 부르며, 이장님들과 벽화도 그리고, 안 되는 일이 있으면 가서 일도 해드리는 '홍반장' 같은 존재라고 소개했습니다.

본론에서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농촌은 사람이 부족한 게 아니라, 저처럼 활동할 수 있는 사람이 없습니다. 사업을 받는 친구들만 계속 받고 하다 보니 늘 힘든 것 같아요." 청년 활동가와 로컬크리에이터가 거버넌스의 새로운 주체로 나서야 하는데, 실제로는 "그냥 행동대장이 돼 있다"고도 했습니다. "군청에서 사업비 주면 이거 하라고 하는 수행자, 3~4년 뒤에 나한테 남는 건 '이런 일 했던 사람'이라는 것뿐, 그 이상 지역에 정착할 수 있는 건 없습니다." 공모사업이 끝나면 이장님도 연락을 끊는 현실, 실적을 채우기 위해 되지도 않는 마을을 발굴해야 하는 지원센터의 사정까지 가감 없이 전했습니다. 그러면서도 그는 이 법을 만드는 일이 오히려 현장을 더 힘들게 하지는 않을지 걱정했습니다. "이 법 자체에서 다 만드는 분들, 박사님이나 행정 관련된 분들이 되게 많잖아요. 근데 정작 전라도에서는 이 법 관심 없어요. 지금 관심 있는 건 전남 통합, 행정 청사가 어디로 갈 거냐, 삼성 반도체 이런 겁니다." 늦깎이 대학생으로 행정학 수업을 듣고 있다는 그는 "조례보다 높은 게 기본법이라고 배웠다", "기본법이 만들어져도 결국 조례로 다 변형시켜야 안정감 있게 돌아갈 수 있다"는 교수님 말씀을 전하기도 했습니다. 마지막은 이렇게 맺었습니다. "농촌은 지금 소멸 위기를 이야기하지만, 저는 오히려 새로운 가능성이 시작되는 공간이라고 생각합니다. 마을기본법은 끝이 아니라 시작입니다."

김일영 (所緣PPS 대표, 도시계획학 박사) - "이건 마을만들기(동사)를 위한 법입니까, 공동체(명사)를 정의하기 위한 법입니까"

김일영 대표는 연간 8km를 운전하며 강원·경상·전라·제주·충청을 오간다는 자기소개로 좌중의 웃음을 자아낸 뒤, 이 법의 설계를 정면으로 짚었습니다. "법이 아직 완성되지 않은 상태에서 근거 조문이 부족할 걸 대비해 17개 정도 되는 인접 법률을 준용하는 방식은, 이 법이 가질 수밖에 없는 틈새를 정확히 보고 공략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솔직히 말씀드리면, 2026년 기준으로 이미 지방자치단체 공유재산 운영기준만 잘 쓰면 이 법 없이도 지금 하려는 걸 다 할 수 있거든요. 제도가 없는 게 아니라 작동이 안 되는 겁니다."

가장 인상 깊었던 지점은 언어에 대한 통찰이었습니다. "'마을공동체''마을만들기'가 뭐가 다르냐고들 하시는데, 저는 굉장히 다르다고 봅니다. 마을공동체는 명사이고, 마을만들기는 동사입니다. 명사를 쓰면 지원 대상이 명확해지고 실적 평가도 쉬워지지만, 무엇을 어떻게 할지 '플레이어'에게 집중하기는 어렵습니다. 명사는 항상 정의(definition)가 있어야 하지만, 동사는 운영 주체가 그것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시간의 개념이 들어갈 수밖에 없습니다." 태백에서 시장이 바뀌면서 마을관리협동조합의 기반이 통째로 날아간 사례를 들며, "공동체를 사업의 영역으로만 보면 이런 상황에 우리가 대응할 수단이 거의 없습니다. 마을에서 움직이는 '플레이어'를 제압할 수는 없다는 관점에서 봐야, 정치적 변수에도 흔들리지 않는 법이 됩니다."

그가 도시재생 현장에서 확인한 숫자도 무거웠습니다. "도시재생 사업 현장의 87%는 운영 주체가 없습니다." 광주 1913송정역시장을 예로 들었습니다. 로컬크리에이터가 레트로를 테마로 만들어낸 이 공간은 개장 당시 하루 4,300명이 찾았지만 지금은 200, 공실률은 20%대로 올라섰습니다. "사람들은 '운영 역량이 없다'고 표현하는데, 저는 그게 잘못된 해석이라고 생각합니다. 외부에서 유행하던 걸 빌려왔기 때문에, 방문객 수가 줄어들 때 그걸 지역에서 내발적으로 올라오는 고유한 특성으로 교체해주지 못해서 유지가 안 된 겁니다. 이건 사업이 잘된 것을 기준으로 평가를 끝냈기 때문에 생기는 문제이고, 마을기본법이 분명히 짚고 넘어갈 수 있는 지점입니다."

그는 종합정보시스템에 사회적투자수익률(SROI) 같은 성과지표를 담아 마을의 가치를 숫자로 옮겨야 한다고 제안하면서도, 이렇게 정리했습니다. "이 법이 작동하려면, 정부 사업이 들어오기 전 단계에서 지역 문제를 공고화하고, 사업이 끝난 뒤 마을에 그 운영 역량을 어떻게 이식시킬지에 초점을 맞춰야 합니다. 결과물을 상정하는 게 아니라 결과물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설계하는 것이라던 일본 사토 시게루 교수님의 말씀처럼요. 드디어 대한민국에서도 이런 관점의 법과 제도가 만들어지는 시작점에 서 있다는 것에, 가장 많은 응원을 보내고 싶습니다."

김혜정 (부산풀뿌리네트워크 대표) - "우리가 흘리는 땀은 어떤 지표에도 기록되지 않습니다"

이번 대회 개최지인 부산의 현장 목소리였습니다. 사전에 제출된 토론문이 없어 어떤 이야기가 나올지 예측할 수 없었지만, 오히려 그래서 가장 오래 마음에 남는 발언이 되었습니다.

부산 해운대구 반송동에서 30여 년째 주민을 만나고 조직해 온 김혜정 대표는 법률가나 행정가가 아니라 "골목에서 주민들과 함께 살아온 활동가"의 자리에서 말했습니다. "여러 정책이 만들어지고 마을로 내려왔을 때 기대는 많았지만, 그 효능감을 느껴본 적이 사실 거의 없습니다. 주민자치회를 준비할 때도, 지금 통합돌봄법도 마찬가지예요. 마을 단위로 내려왔을 때 구현되는 규칙이 있는데, 그 규칙에서 우리가 생각하는 마을공동체는 아주 미묘하게 배제됩니다. 도시재생이 마을에 들어왔을 때도 그렇게 생긴 공간들은 정작 마을공동체에서 헌신해 온 우리가 이용할 수 없거나, 거기서 생기는 일자리에 주민들은 세워지지 않아요. 외부 전문가들이 와서 일자리를 만들고, 그들은 주민을 이해하지 못합니다."

그는 자신이 활동하는 마을의 두 가지 풍경을 대비시켜 들려주었습니다. "저희 마을은 1년에 한 번 주민대회를 합니다. 주민이 3만 명인데, 그중 천 명의 주민을 만나 마을에 필요한 의제를 일일이 묻고, 그렇게 모은 의제를 3천 명이 투표합니다. 주민대회 당일에는 현장에서 10~12개 의제를 정리하고, 구청장·구의원과 간담회도 합니다. 하지만 돌아오는 답은 늘 '어렵겠다, 예산이 없다'예요. 그러면 저희 단체는 분야별 추진단을 만듭니다. 어린이 물놀이터가 필요하면 그걸 원하는 학부모들이 모여 직접 만들고, 목욕탕이 필요하면 그걸 원하는 사람들이 모여 준비합니다. 누구도 도와주지 않습니다. 오로지 주민의 힘으로 합니다."

그리고 이렇게 물었습니다. "그런데 법으로 만들어진 주민자치회의 주민총회는 1년에 한 번, 2시간짜리 행사입니다. 그중 1시간은 요식 행사, 나머지 30분은 투표하고 기념촬영하고 끝나요. 여기에 드는 예산이 3천만 원입니다. 올해 정해진 의제는 컬러테라피, 키오스크 교육 같은 것들이었어요. 복지관에서 해도 될 걸 왜 저렇게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저는 이 두 개의 갭을 어떻게 메꾸고 지원할 것이냐가 정말 걱정스럽습니다. 선거가 끝날 때마다 저는 부산을 떠나야 하나 생각합니다. 30년을 헌신했지만 선거만 끝나면 주체할 수 없는 상실감이 밀려와요. 이 마을기본법이 만들어져서 구현될 때, 그 힘이 뿌리 깊은 기존 조직들에게 갈 것인지, 정말 헌신하는 공동체에게 효능감을 줄 것인지 -그 옥석을 가리는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합니다."

가장 가슴에 와닿은 대목은 활동가의 처우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함께 활동하는 청년에게 최저임금 인상 투쟁을 같이 하자고 했더니, '누나, 저 그거 하기 싫어요. 최저임금 올라도 저는 못 받잖아요'라고 하더군요. 저희 단체는 회원 천 명이 매달 회비를 내주셔서 4대 보험은 겨우 맞추고, 최저임금도 올해 겨우 맞췄습니다. 얼마 전엔 성실한 청년이 들어왔다가 '숨만 쉬어도 나가는 돈이 100만 원인데, 상근비 100만 원 받고는 도저히 못 버티겠다'며 두 손 들고 나갔어요. 활동가 재생산의 생태계라는 거창한 말을 하기 전에, 일단 살아남게 하는 것조차 힘듭니다. 저희 30주년을 준비하며 이런 이야기를 정말 많이 나누고 있습니다. 나이 들어가는 활동가들이 자격증이라도 따야 하나 고민하는 지금, 뭔가 우리 활동을 규정해주고 알아주는 제도가 만들어져서, 후배들도 이런 삶을 살아갈 수 있겠다고 느낄 수 있는 구조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참여토론 - 현장의 육성이 더해지다

여섯 분의 지정토론이 끝난 뒤, 우리는 현장의 손을 들어 의견을 들었습니다. 예정보다 짧아진 시간 속에서도, 이 대목에서 나온 이야기들은 그날의 논의를 한층 더 단단하게 만들어주었습니다.

박승주(이번 대회 공동조직위원장)님은 동양 고전을 인용하며 근본적인 질문을 던졌습니다. "대학'물유본말(物有本末)', 모든 일에는 본()과 말()이 있다고 했습니다. 살다 보면 말(수단)이 본(목적)을 도치해버립니다. '사유종시(事有終始)', 시종일관이라 하지만 실은 종()이 먼저입니다. 이 일이 어떤 모습으로 이루어지길 바라는지를 먼저 생각하고 시작하라는 뜻입니다." 그러면서 지금 만들어지는 법들의 공통된 습성을 짚었습니다. "거의 모든 법이 첫째 계획을 세우라 하고, 둘째 행정적 지원을 넣고, 셋째 활동가를 넣습니다. 그런데 경제학이 케인스 이후 공급자 중심에서 수요자 중심으로 넘어갔듯이, 우리도 공급자(공무원, 활동가) 중심이 아니라 진짜 주체인 주민 중심으로 가야 합니다. 봄이 가면 여름이 오듯 순환 체계가 되어야지, 외부 유입(활동가나 예산)이 끊기면 사문화되는 '조장 행정'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인구 통계도 함께 짚었습니다. "1960년 전후엔 한 해 120만 명이 태어났는데 지금은 20만 명입니다. 외국인은 290만 명 시대이고 곧 350만 명이 될 겁니다. 그런데 우리 법 체계엔 정작 지역경제를 이끄는 '기업'이 빠져 있습니다. 그리고 농촌 마을에는 아직 활용하지 못한 큰 자원이 있습니다. 애향심 깊은 출향 인사들입니다."

김달현님은 도시재생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우려를 가감 없이 전했습니다. "10년 전 도시재생 하겠다고 활동가들이 서울과 부산에서 모였던 그 순간이 지금과 겹쳐 보입니다. 10년이 지난 지금 도시재생특별법은 잘 돌아가고 있습니까? 사문화되어 있습니다. 저는 이 마을기본법이 제정되고 시행령이 작동하면 퇴직 공무원 자리가 하나 더 마련되고, 지원기구 센터장 자리가 생기고, 주민들은 또 빵 만들기·바리스타 교육에 끌려다니게 될까 봐 걱정됩니다. 저도 센터에 있어봤지만 담당자가 바뀌면 또 빵 만드는 교육을 반복합니다." 자신이 사는 지역의 사례도 전했습니다. "저희 지역에서 예전에 마을만들기전국대회를 열었는데, 첫 단추를 잘못 끼우는 바람에 '마을만들기 = 농촌 체험마을 사업'이라는 인식이 굳어져서, 이제는 아무도 마을만들기에 대해 다시 입을 뗄 수 없는 상황이 됐습니다. 지역마다 사정이 이렇게 다르다는 걸 꼭 고려해주셔야 합니다."

이현선 (전 안산시 마을만들기지원센터 센터장)님은 최근 안산 지역 800개 마을공모사업 전체를 분석한 박사학위 논문을 마친 분입니다. 그는 오히려 근본적인 질문을 다시 던졌습니다. "마을만들기만 이 일을 하고 있는 게 아닙니다. 도시재생, 사회적경제, 최근의 로컬·중기부 사업들까지, 같은 마을이라는 현장에서 여러 사업과 행위가 동시에 이루어지고 있어요. 마을기본법이 이걸 다 통합해서 담아낼 수 있을지, 아니면 오히려 이미 다른 정책에서 마을만들기가 이루어지고 있다고 보고 이 법의 위상을 '지향점' 정도로 내려놓는 것도 방법이 아닐지, 저도 답을 잘 모르겠습니다."

양선경 (경기도 마을공동체 업무 실무자)님은 시행령 설계 자체의 딜레마를 짚었습니다. "오늘 많은 분들이 '유연해야 한다, 포괄적이어야 한다'고 하시면서도 동시에 '구체적으로 명시해달라'고도 하십니다. 이게 과연 동시에 가능한 일인지, 그리고 다양한 농촌형·도시형을 다 담아낼 수 있을지 고민이 깊어집니다. 마을공동체가 어느 한 곳에 소속되어 있지 않고 여러 정책에 걸쳐 있다 보니, '통합 규정을 상호 명시하자'는 이상적인 그림이 실제로 논의 가능한 것인지도 걱정됩니다."

종합토론 - 좌장이 정리한 세 가지 쟁점

참여토론을 마무리하며, 저는 그날 나온 이야기를 세 가지로 묶어 다시 짚었습니다.

첫째, 마을·마을회의 정의와 법적 지위 -도시와 농촌은 다르다.

곽현지 본부장이 짚은 '이중 공백'을 다시 풀어 설명했습니다. 마을회는 마을을 대표하지만 법인격이 없어 사업이나 등기의 주체로 나서지 못하고, 협동조합은 사업의 주체가 될 수는 있지만 마을 전체를 대표할 수는 없다는 것. 햇빛소득마을처럼 마을 전체가 하는 사업을 실제로 누가 주도할지, 이 부분이 시행령에서 정리되지 않으면 법이 통과되어도 현장의 혼란은 계속될 것이라는 이야기였습니다. 도시에서는 문제가 더 복잡해집니다. 만 명 단위로 큰 동네에서는 법이 정한 넓은 '주민'의 범위와 실제 마을활동을 하는 사람 사이의 간극을 어떻게 좁힐지가 과제로 남았습니다.

둘째, 활동가를 법적으로 어떻게 규정할 것인가.

저는 이 자리에서 그간의 경위를 좀 더 소상히 전했습니다. "예전에 행정안전부가 활동가를 법적으로 규정하는 논의를 한 적이 있는데, 그때는 '법적으로 규정할 수 없다'며 밀어냈습니다. 최근 경기도는 직업 코드로 정식 등록을 했고요. 그런데 법에 자격증 같은 걸 만드는 방식은 저희 논의에서 일부러 배제했습니다. 실질적으로 현장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이 오히려 그 자격이라는 족쇄에 갇혀 활동하지 못하는 상황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도시재생 총괄코디네이터 교육을 약 2천 명이 받았는데, 그중 현장에서 실제로 활동하는 사람은 10명 이내입니다. 최근에는 숲해설가처럼 처음엔 무상 교육이던 것이 지금은 800만 원짜리 교육비를 내야 자격시험을 볼 수 있게 된 민간 자격증들도 많아지고 있어요. 이런 전철을 밟지 않으려면, '자격'이 아니라 '활동의 실질'을 인정하는 방식을 계속 고민해야 합니다."

셋째, 이 법이 정말 통과될 수 있을까 -그리고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

저는 다소 냉정한 현실도 전했습니다. "행정안전부와 민주당은 작년 11월부터 '이번 달엔 통과시키겠다'는 이야기를 계속해왔지만, 실제로는 아직 위원회에 상정조차 되지 않았습니다. 민주당 단독으로도 통과시킬 수 있는 사안인데 그렇게 하지 못하고 있다는 건, 이걸 정면으로 끌어올리는 일이 누군가에게는 부담스럽거나,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절박함이 아직 부족하다는 뜻일 수 있습니다. 올해 통과되지 못하면 다시 10년을 기다려야 할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그동안 해온 방식 -국회 앞 1인 시위, 계단에서 피켓 들기 -은 우리가 실제로 마을에서 해온 활동 방식과는 잘 맞지 않습니다. 지역에서 즐겁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굳이 서울까지 가서 법을 만들어 달라고 목소리를 내는 게 얼마나 '효능감' 있게 느껴질지도 의문입니다." 그러면서 방향 전환의 여지를 남겼습니다. "법 초안을 만들 때 가장 고민했던 것이 위원회와 지역위원회, 마을회의 관계였습니다. 모든 법은 위에서 내려오도록 설계되어 있는데, 우리는 거꾸로 밑에서 위로 올려보내려 하고 있습니다. 이게 쉽지 않은 도전이라는 걸 인정하고, 더 구체적으로 담아낼 방법을 계속 찾아야 합니다."

마무리 발언 - "돈을 주세요가 아니었습니다"

시간에 쫓기며 마지막으로 돌아가며 나눈 한마디씩에는, 오래 남는 이야기들이 있었습니다.

곽현지본부장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우리가 지금 무엇을 해야 하느냐보다, 왜 이 일을 시작했고 왜 하는지를 다시 묻고 거기에 다가가려는 공동의 노력이 필요합니다. 시행령 하나하나보다, 일단 법이 되어야 합니다. 법을 만드는 데 다 같이 힘써주시면 좋겠습니다."

김혜정대표는 스스로를 돌아보며 말했습니다. "이 법에 대한 공부를 이번 토론 준비하면서 처음 제대로 했습니다. 반성이 많이 됩니다. 부산의 활동가들과 더 많은 논의가 되어야겠고, 그 논의가 시행령에 반영되는 것이야말로 효능감을 높이는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김일영대표는 마을 어르신들에게 들었다는 이야기를 전하며 좌중에 웃음을 남겼습니다. "누가 그러시더라고요. '법 만들고 지원사업 하는 것보다, 그냥 마을 어르신들 한 분씩 100만 원씩 드리고 여행 다니시고 맛있는 거 사드시라고 하는 게 훨씬 더 좋은 법 아니냐'고요. 저는 그 말이 '효능감'이라는 게 결국 무엇인지 보여준다고 생각합니다. 국회에서 플래카드 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지역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작은 행동들이 모여 릴레이가 되고 에너지가 되면, 오히려 법을 만드는 분들이 움직이지 않을까요. 동네 할머니부터 시작해서 '우리 연판장 한번 돌려볼까요' 하는 그런 느낌으로요. 법이 된다는 건 정권이 바뀌어도 계속 유지된다는 뜻이니, 그래서 좋은 것 아닐까 생각합니다."

강구민대표는 실질적인 설득의 전략을 제안하며 마무리했습니다. "도시재생 사업 530~40개소가 사후관리가 안 되고 있다는 현실을 당위성으로 끌고 오면 좋겠습니다. 행정이 재정적으로 부담스러워하는 부분을 민간이 해결한다는 점은 국가 재정 측면에서도 굉장히 설득력이 있을 겁니다. 국회 앞 피켓보다, 지역에서 당사자들이 목소리를 내는 대화 모임이 더 필요합니다. 어제 마을기업법을 만드는 과정에서 경북의 이달희 국회의원과 박철훈 이사장 같은 분들이 집요하게 설득하며 '이게 도움이 된다'는 걸 숫자로 증명하려는 모습을 직접 봤습니다. 그런 노력이 함께 된다면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발제자인 선소원부연구위원은 이렇게 답했습니다. "저는 이 법을 연구하면서 사업성보다 주민과 활동가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지금까지 활동가에 대한 보장이 없었기 때문에, 이 법으로 그분들을 지켜드리고 싶었습니다. '사업은 많은데 마을은 남지 않는다'는 말씀도 뼈아프게 들었습니다. 지자체가 공모사업을 계속 따내는 방식으로 마을공동체가 유지되는 구조를 바꾸고 싶은 마음으로 이 법이 제정되었으면 합니다. 다만 행정안전부가 재정 지원 부분을 여전히 부담스러워하고 있어, 이 부분은 계속 논의하며 풀어가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저는이렇게 정리했습니다. "저희가 법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것은 '돈을 주세요'가 아니었습니다. 우리의 활동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 그리고 이게 헌법이 보장한 기본적인 권리라는 것을 법으로 명시해달라는 것이었습니다. 계획이나 위원회를 만들 때 우리가 중심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것, 의제를 설정할 권한을 우리에게 달라는 것이었습니다. 모든 위원회, 모든 거버넌스에서 계속 이야기해왔지만, 그것을 실제로 주도할 기회는 단 한 번도 주어지지 않았습니다. 지역에서 다섯 분 이상 모이시고 불러주시면, 마을만들기전국네트워크는 어디든 가겠습니다. 그렇게 해왔고, 앞으로도 그럴 겁니다."

이 법이 우리에게 어떤 의미인가

두 시간 반 넘는 토론을 마치고 나니, 이 법이 우리 삶에 실제로 어떤 효능감을 줄 수 있을지가 조금 더 또렷해졌습니다.

지금까지 마을 활동은 지자체장이 바뀌거나 담당 공무원이 교체되면 언제든 흔들릴 수 있는 '사업'이었습니다. 태백에서 시장이 바뀌면서 마을관리협동조합의 기반이 하루아침에 무너진 사례, 서울에서 조례가 폐지되면서 지원센터와 공동체 기반이 무너진 사례가 이를 잘 보여줍니다. 이 법이 제대로 자리 잡는다면, 우리가 마을에서 흘려온 땀과 시간 -천 명의 주민을 만나 의제를 모으고, 추진단을 꾸려 물놀이터와 목욕탕을 직접 만들어온 그 모든 보이지 않는 노동 -이 정권과 지자체장이 바뀌어도 흔들리지 않는 최소한의 국가적 약속으로 뒷받침될 수 있습니다. 활동가들이 최저임금과 4대 보험을 걱정하지 않고 세대를 이어갈 수 있는 기반, 마을이 자산을 소유하고 그 이익을 스스로 나눌 수 있는 법적 자격, 공모사업이 끝나도 공동체가 흩어지지 않는 지속가능한 구조 -이것이 우리가 이 법을 통해 얻고자 하는 것들입니다.

동시에 이날 토론은 이 법이 아직 여러 겹의 모순 위에 서 있다는 것도 분명히 보여주었습니다. 시행령에서 '마을공동체법인'이라는 명칭이 다시 '조직'으로 후퇴하고 있다는 것, 중앙지원기관이 '설치'에서 '지정'으로, 그것도 비영리법인으로만 좁게 한정되고 있다는 것, 주민자치회 표준조례가 이 법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10월부터 시행을 앞두고 있다는 것 -이 모든 것이 아직 정리되지 않은 채 남아 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마을에서 실제로 활동하는 사람들에게 이 법이 통과되는 것 자체가 아직 '나와 무슨 상관이 있는지' 충분히 와닿지 않는다는 사실도 이날 여러 차례 확인되었습니다.

앞으로 우리가 해야 할 일

이 하루가 남긴 숙제는 명확합니다.

첫째, 마을공동체법인, 중앙지원기관 지정 요건, 지역위원회 구성처럼 관료 검토 과정에서 후퇴하고 있는 조문들이 왜 후퇴하고 있는지, 그 근거를 정부에 계속 물어야 합니다.

이번 세션에서는 전민영 사무관의 부재로 그 답을 직접 듣지 못했지만, 다음 자리에서는 반드시 되물어야 할 질문입니다.

둘째, 마을회와 마을공동체법인의 관계, 그리고 주민자치회 표준조례와의 충돌을 시행령 조문 속에 구체적으로 담아내야 합니다.

특히 올해 9~10월 전국 시군구가 주민자치 조례를 일제히 제정하는 시점과 맞물려, 이 문제를 미루면 현장에서는 곧바로 자원과 역할을 둘러싼 갈등이 벌어질 수 있습니다.

셋째, 활동가에 대한 규정은 '자격증'이 아니라 '활동의 실질'을 인정하는 방향으로 계속 설계해야 합니다.

도시재생 코디네이터 2천 명 중 열 명도 채 남지 않은 전철을 밟지 않으려면, 등록과 인정의 문턱을 낮추되 그 활동의 의미를 제도가 실질적으로 뒷받침하는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넷째, 우리 스스로의 운동 방식도 돌아봐야 합니다.

국회 앞 1인 시위만으로는 이 법에 담긴 절박함을 충분히 전하지 못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지역에서 다섯 명이라도 모여 이야기하는 자리, 이 법이 우리 삶과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를 스스로 확인하는 자리를 더 많이, 더 촘촘하게 만들어가야 합니다.

이 모든 것은 결국 한 문장으로 모입니다. 마을은 사업비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사람과 사람 사이의 시간과 신뢰가 쌓여 만들어진다는 것. 그 시간과 신뢰를 지키는 법이 되도록, 우리는 계속 목소리를 내겠습니다.

 

 이 글은 발제자료, 토론자 여섯 분의 토론문, 그리고 세 종류의 현장 녹취록을 교차 확인하여 재구성했습니다. 자리하지 못한 전대욱 박사님, 노승복 센터장님, 전민영 사무관님의 쾌유와 새로운 자리에서의 활약을 바랍니다. 이날 나온 의견들은 시행령·조례 개정 과정에 지속적으로 전달·반영될 수 있도록 마을만들기전국네트워크 차원에서 정리해 나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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